
■ 학교라는 이름의 시간
학교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지만, 그 안을 통과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학교는 처음 사회를 만난 장소였고, 누군가에게는 버텨야 했던 공간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내 이해받지 못한 채 지나온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시간을 배우는 법’을 처음 익혔다는 사실이다.
아침 종이 울리면 시작되는 하루, 교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의 각도, 책상 위에 늘어놓았던 연필과 공책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기 전에 기다림과 반복을 먼저 가르쳤다. 쉬는 시간은 늘 짧았고, 수업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길고 느린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자라는 법을 배웠다. 이해하지 못한 문제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법, 틀린 답을 지우고 다시 쓰는 법, 그리고 끝내 답을 찾지 못해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법까지.
학교의 복도는 늘 비슷한 풍경을 품고 있다. 게시판에 붙은 공지, 조금씩 바래는 벽의 색, 수없이 밟혀 닳아버린 계단. 그 모든 것 위에 학생들의 발걸음과 목소리가 차곡차곡 쌓였다. 졸업을 앞둔 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공간들이 갑자기 선명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학교는 기억을 남기기보다, 기억이 스스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장소다.
때로는 학교가 너무 좁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표와 규칙, 평가와 비교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우리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함께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졸업 이후에야 비로소 찾아오지만, 질문의 씨앗은 분명 그곳에 남아 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바라본 학교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수업이 끝난 운동장, 텅 빈 교실, 불이 꺼진 복도는 마치 시간을 잠시 멈춰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정적 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 있다. 웃음과 한숨, 기대와 불안, 그리고 아직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까지. 학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공간이다.
학교는 결국 지나가는 장소다. 하지만 완전히 떠나보낼 수는 없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곳에서 배운 공식과 연도를 대부분 잊어버리지만, 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 함께 있다는 이유로 견뎌낼 수 있었던 순간들은 오래 남는다. 학교는 지식을 남기지 않는다. 대신 시간을 다루는 법과 사람을 바라보는 법을, 조용히 우리 안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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