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스마스가 되면, 조용히 생각나는 얼굴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도시는 유난히 밝아진다. 거리의 나무들은 하루아침에 빛을 두르고, 가게의 창문에는 작은 눈송이와 종 모양 스티커가 붙는다. 낮보다 밤이 더 긴 계절인데도, 이 시기만큼은 밤이 덜 어두워 보인다. 전구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해 환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분명 ‘기다림’의 날이었다. 산타클로스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 포장을 뜯는 순간의 설렘, 아침에 눈을 뜨면 베개 옆에 놓여 있던 작은 상자. 지금 생각하면 선물의 크기나 값보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었다는 사실이 더 컸던 시간이었다. 그 마음은 오래 남았고, 물건은 어느새 사라졌다.
어른이 된 후의 크리스마스는 조금 다르다. 기다림보다는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아진다. 한 해 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연락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안부들. 괜히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잘 지내?”라는 짧은 문장을 보내는 밤.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사람을 사람에게 다시 연결해주는 날이 된다.
이 날이 특별한 이유는 모두가 같은 속도로 느리게 걸어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놓쳐버리기 쉬운 말들..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이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조금 더 쉽게 꺼내진다. 거리의 캐럴처럼, 마음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다. 따뜻한 차 한 잔, 불을 낮춘 방, 창밖에서 반짝이는 불빛들. 이 조용한 시간은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잘 버텼어.” “충분히 애썼어.”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말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밤이다.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즐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웃고 있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이 하루만큼은 조금 더 부드럽게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면 충분하다. 그 온기가 하루를 넘어 겨울 내내 남아 있다면, 그걸로 이 계절은 제 역할을 다한 셈일 것이다.
오늘 밤, 불이 켜진 창문 하나를 바라보다가 문득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면, 그 또한 크리스마스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오래 남는다면, 아마 내년 겨울에도 다시 이 계절을 기다리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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