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주를 올려다보는 밤, 생각이 작아지는 순간
밤하늘을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우주는 소리 없이 사람을 작게 만든다. 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그 침묵 속에서 생각은 끝없이 커졌다가 다시 조용히 접힌다. 낮 동안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걱정과 계획들은 별빛 앞에서 크기를 잃고, 결국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만 남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우주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우리는 늘 바쁜 이유로 하늘을 놓친다. 고개를 들 여유 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밤이 깊어졌을 때에야 별 하나를 발견한다. 그 별이 수천, 수만 년 전의 빛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시간의 감각은 느슨해진다.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어릴 적에는 우주가 그저 신기한 대상이었다. 과학책 속 사진, 이름이 어려운 행성들, 끝이 없다는 설명.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우주는 ‘위로’에 가까워진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우주는 말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은 흐르고 있고, 너만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를 생각하면 기준이 바뀐다. 성공과 실패, 빠름과 느림, 옳고 그름 같은 말들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별 하나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은 찰나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짧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더 소중해진다. 우주는 인간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보다, 한 순간 한 순간을 선명하게 만든다.
혼자 있는 밤, 불을 끄고 창밖을 바라보면 우주는 생각의 여백이 된다. 꼭 답을 찾지 않아도 되는 질문들,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이 그 공간에 놓인다. 별들은 판단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우리가 다시 숨을 고르게 할 뿐이다.
어쩌면 우주를 올려다본다는 건, 멀리 도망치는 일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 가까운 문제에만 매달려 있던 시선을 잠시 멀리 보내고, 다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 내일이 막막할수록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오늘 밤, 별이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다. 구름 뒤에도 우주는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지금 느끼는 감정도 언젠가는 다른 이름으로 바뀔 것이다. 우주는 언제나 그 사실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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