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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Legend of the Galactic Heroes, 1982 은하영웅전설(銀河英雄伝説)은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가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집필한 대우주 SF 정치 드라마로, 수세기에 걸친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우주 전쟁물을 넘어 정치 체제, 리더십, 역사의 순환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1. 모순 덩어리 정치 체제 은하영웅전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치적 딜레마 중 하나는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문제이다. 이 작품은 공리주의(Utilitarianism)적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다양한 상황을 통해 탐구한다. 양 진영의 지도자인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Reinhard von Lohengramm)과 양 웬리(Yang Wen-li)는 모두 이 딜레마에 직면한다. 라.. 2025. 4. 10.
라스트 모히칸, 1992; 살아남은 호크아이와 다 잃고 죽은 마구아 1. '라스트 모히칸’은 왜 모히칸이 없는 영화로 끝나는가? 주인공과 함께 자란 동생 운카스(Uncas)는 모히칸의 계승자다. 그의 정체성은 계보, 혈통, 문화, 감정, 그리고 삶의 궤적 모두에서 이 서사의 제목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는 ‘모히칸(Mohicans)’이라는 이름을 유전적, 문화적으로 이어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를 죽인다. 영화는 운카스의 죽음 통해 ‘이야기의 계승 가능성’을 완전하게 멈춘다. 운카스가 죽는 순간, 늙은 모히칸은 하나만 남게된다. 운카스의 죽음은 모히칸족의 계승이 끊어졌음을 의미한다. 아버지인 츄잉가(Chingachgook)는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는 더는 계승자가 아니다. 영화는 그를 다음 세대를 낳을 자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운카스를 애도하면서.. 2025. 4. 9.
다크 워터스, Dark Waters, 2019 영화 Dark Waters는 실화 기반 법정 드라마다. 거대 화학기업 듀폰(DuPont)을 상대로 한 20년에 걸친 싸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변호사 로버트 빌럿(Robert Bilott)의 집요함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왜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왜 보고 나면 물 한 모금에도 의심이 생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사라진 기업윤리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웨스트버지니아 시골에서 농장을 운영하던 한 남자, 윌버 테넌트(Wilbur Tennant)였다. 그는 오랜 시간 키워온 소들이 원인 모를 질병과 이상 행동을 보이며 집단 폐사하는 것을 겪었고, 그 이유가 근처 듀폰 공장에서 배출된 화학 폐기물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지역 내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었고, 테넌트는 마.. 2025. 4. 9.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는 영화사에 있어서 압도적 영향력을 지닌 작품이다. 1968년이라는 시대를 고려할 때, 이 작품은 당시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제시했고, SF 장르의 진지한 철학적 탐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2025년을 살아가는 현대의 관객,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1.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화. 이 영화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대단히 느리고, 대사가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초기 20분 이상 대사 없이 흐르는 장면, 우주 공간에서의 유영, 인류 진화의 긴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정말이지 많.. 2025. 4. 7.
빅, Big, 1988 1. 놀기와 일하기, 어른의 눈길 영화 빅의 주인공 조쉬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그는 노동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놀이처럼 행동했지만, 그 놀이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품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조쉬는 좋아서 장난감을 다루었을 뿐이지만, 그 순수한 감각은 장난감 산업에서 혁신적인 감각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단순히 ‘동심이 위대하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놀이와 노동의 경계가 어떻게 흐려지는가를 보여준다. 누군가가 좋아서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창의성과 자율성이 결합된 이상적인 구조다. ‘버섯 채집가’가 좋아서 채집한 버섯을 누군가가 구입하고, 그 자체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이는 자본주의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한 방식이.. 2025. 4. 7.
프리스트, Priest, 1994 1. 리버풀, 구조조정의 폐허에 신부가 도착했다 영화는 리버풀에서 시작된다. 쓸쓸한 거리, 말없이 지나치는 사람들, 응답 없는 도시. 이는 연출상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기록이다. 1990년대 초, 리버풀은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도시였다. 대처리즘(Thatcherism)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산업의 껍데기와 실업률, 그리고 침묵뿐이었다. 이 도시에 새로 부임한 젊은 신부(그렉, Greg Pilkington)는 환영받지 않는다. 그가 이방인이어서가 아니라, 도시가 더 이상 누군가를 맞이할 여유도 이유도 잃었기 때문이다. 마거릿 대처가 총리로 취임한 1979년, 영국은 노동당 정부의 장기 집권 이후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었다. 높은 실업률과 파업, 저성장, 과잉 복지 등 이른바 ‘영국.. 202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