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Big, 1988
1. 놀기와 일하기, 어른의 눈길 영화 빅의 주인공 조쉬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그는 노동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놀이처럼 행동했지만, 그 놀이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품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조쉬는 좋아서 장난감을 다루었을 뿐이지만, 그 순수한 감각은 장난감 산업에서 혁신적인 감각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단순히 ‘동심이 위대하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놀이와 노동의 경계가 어떻게 흐려지는가를 보여준다. 누군가가 좋아서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창의성과 자율성이 결합된 이상적인 구조다. ‘버섯 채집가’가 좋아서 채집한 버섯을 누군가가 구입하고, 그 자체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이는 자본주의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한 방식이..
2025. 4. 7.
프리스트, Priest, 1994
1. 리버풀, 구조조정의 폐허에 신부가 도착했다 영화는 리버풀에서 시작된다. 쓸쓸한 거리, 말없이 지나치는 사람들, 응답 없는 도시. 이는 연출상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기록이다. 1990년대 초, 리버풀은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도시였다. 대처리즘(Thatcherism)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산업의 껍데기와 실업률, 그리고 침묵뿐이었다. 이 도시에 새로 부임한 젊은 신부(그렉, Greg Pilkington)는 환영받지 않는다. 그가 이방인이어서가 아니라, 도시가 더 이상 누군가를 맞이할 여유도 이유도 잃었기 때문이다. 마거릿 대처가 총리로 취임한 1979년, 영국은 노동당 정부의 장기 집권 이후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었다. 높은 실업률과 파업, 저성장, 과잉 복지 등 이른바 ‘영국..
202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