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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by napigonae 2025. 12. 23.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조용한 일이다.
셔터 소리는 짧지만, 그 순간을 바라보는 마음은 오래 남는다. 처음 카메라를 들었을 때 나는 대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믿었다. 풍경은 풍경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담아내는 일이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사진은 대상을 찍는 행위가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시선을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찍어도 사진은 늘 다르다.
날씨 때문이기도 하고 빛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찍는 사람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벼운 날의 사진은 여백이 많고, 생각이 많은 날의 사진은 유난히 그림자가 길다. 그 차이를 알아차리게 된 순간부터 사진은 기록이 아니라 일기가 되었다.

사진 속에는 항상 찍는 사람의 시간이 숨어 있다.
당시에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장면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미를 갖는 경우도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찍어둔 골목의 벽, 오후의 창가, 커피잔 옆으로 스며든 빛. 그 사진들은 나중에서야 말한다. 그날의 나는 어떤 속도로 걸었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를.

그래서 나는 사진을 고를 때 망설이게 된다.
기술적으로 잘 찍힌 사진보다, 마음이 머물렀던 사진을 남기고 싶다. 조금 흔들렸더라도, 노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의 감정이 살아 있다면 충분하다. 사진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솔직하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을 찍지 않는 시간도 중요하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만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어야, 다시 셔터를 누를 이유가 생긴다. 모든 장면을 남길 수는 없고, 남기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도 분명 존재한다. 사진은 선택의 예술이고, 그 선택에는 찍지 않기로 한 장면들 역시 포함되어 있다.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릴 때면 그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사진 한 장은 말이 없고, 글 한 편은 소리가 없다. 하지만 둘이 나란히 놓이면,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준다. 사진이 설명하지 못하는 마음을 글이 대신 전하고, 글로는 다 담지 못한 분위기를 사진이 남긴다. 그래서 나는 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기록을 좋아한다.

사진은 시간을 붙잡아 두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작은 문을 하나 남겨 둘 뿐이다. 그 문을 열었을 때, 과거의 내가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그때의 나는 이 장면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어”라고.

오늘도 나는 사진을 찍는다.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이 사진들을 다시 보게 될 미래의 나에게, 지금의 시선을 건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