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와의 하루, 조용한 위로를 주는 존재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건 우연이었다. 퇴근길에 비 오는 골목길에서, 젖은 털로 떨고 있던 작은 생명체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날의 나는 그저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이, 왠지 모르게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 그렇게 내 일상에 고양이가 들어왔다.
처음엔 낯설었다. 부드럽게 다가오지도, 소리 내 반기지도 않는 고양이의 태도는 개와는 달랐다. 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당겼다. 다가서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슬며시 다가오는 그 거리감. 그것이 오히려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고양이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마음을 열었고, 나는 그 느린 속도를 배웠다.
매일 아침, 창가에 앉은 고양이를 본다. 햇빛이 고양이의 회색 털 위로 내려앉으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면이 된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도, 일기를 쓰는 동안에도, 고양이는 말없이 곁을 지킨다. 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집 안의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고양이는 나에게 “함께 있음의 조용한 방식”을 가르쳐준다.
언젠가 SNS에서 본 말이 떠오른다. “고양이는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저 함께 살아줄 뿐이다.”
정확했다. 고양이는 결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저 나의 하루 속에 잠시 머무는 손님 같다. 하지만 그 손님이 만들어주는 온기는 생각보다 크다.
회사에서 지친 날, 문을 열면 현관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노란 눈동자. 그 한 번의 시선으로 모든 피로가 녹아내린다.
고양이와의 삶은 느림의 미학이다.
밥을 먹는 것도, 창밖을 바라보는 것도, 잠드는 것도 모두 ‘천천히’다.
그 속도는 나에게 ‘멈춤’을 가르쳐줬다. 무언가를 이뤄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줄 알았던 나에게, 고양이는 말없이 속삭인다.
“지금 이 순간도 괜찮아.”
가끔은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 아닐까 싶다.
나는 밥을 주고 물을 갈지만, 마음을 어루만지는 건 늘 고양이의 쪽이다.
그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세상의 소음이 모두 사라진다.
고양이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엔 위로가 있다.
어쩌면 인간에게 필요한 건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 아무 말 없이도 곁에 있어주는 누군가.
오늘도 나는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대답 대신 하품을 한다.
그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조급함 대신 여유로, 불안 대신 온기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고양이는 나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하루를 ‘살만한 하루’로 바꿔줄 뿐이다.
그 조용한 마법이 오늘도 내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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