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_길 위에서 나를 다시 만나다

 

 

■ 여행_길 위에서 나를 다시 만나다

 

여행은 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를 데려다놓는다.
떠나기 전에는 그저 ‘잠시 쉬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돌아올 때쯤엔 언제나 마음속 무언가가 달라져 있다. 낯선 길을 걷고,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그 속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 그것이 내가 여행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길 위에서는 모든 것이 단순해진다.
가방 속엔 꼭 필요한 것들만, 머릿속엔 ‘지금’이라는 순간만 남는다. 휴대폰 신호가 닿지 않는 작은 마을의 정적 속에서, 나는 세상의 소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그 고요함이 내 안에도 스며든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맞이한 새벽.
이른 햇살이 바다 위에 길게 떨어지고, 갈매기 한 마리가 물결 위를 스치며 날아간다. 그 장면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 순간을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다.’
기억 속에 남는 풍경이, 사진보다 오래 남을 테니까.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결국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의 미소, 카페 창가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한 곡,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그런 조각들이 모여 나만의 여행이 된다.

가끔은 아무 계획 없이 떠나는 게 좋다.
지도 대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걷고, 그날의 햇빛과 바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상하게도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장소와 마주하게 된다.

여행의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지나쳐 가는 풍경이 아쉽지 않은 이유는, 이미 그 속에서 충분히 머물렀기 때문이다.
여행은 끝났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돌아오면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라져 있다.
낯선 하늘을 바라보며 느꼈던 자유, 조용한 바람이 내 마음을 스쳤던 순간,

그것들이 내 안의 빛이 되어 일상 속 작은 여유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떠날 것이다.
다음 여행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떠날 준비는 이미 마음속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