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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운동_ 느린 약속

by napigonae 2025. 12. 29.

 

 

■ 운동_ 느린 약속

 

운동을 시작하는 이유는 늘 거창하지 않다. 건강을 위해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혹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하지만 막상 운동화를 신는 순간, 이유는 곧 잊힌다. 남는 것은 오늘도 몸을 움직이겠다는 아주 단순한 선택 하나뿐이다. 운동은 그렇게 의지를 시험하기보다, 하루를 성실하게 통과하는 방법을 묻는 행위에 가깝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몸은 생각보다 솔직하다. 숨은 쉽게 가빠지고, 근육은 금세 신호를 보낸다. 어제와 같은 동작을 해도 오늘은 더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운동은 늘 현재의 몸 상태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래서 운동 앞에서는 변명도 핑계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가능한 만큼만, 그러나 거짓 없이 움직이는 일. 그 정직함이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반복되는 동작 속에서 시간의 감각은 달라진다. 숫자로 세는 횟수보다 호흡의 리듬이 더 중요해지고, 기록보다 몸의 반응에 집중하게 된다.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멈춘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걱정과 계획이 땀과 함께 조금씩 빠져나간다. 운동은 몸을 단련하는 동시에, 생각을 덜어내는 가장 단순한 방식이기도 하다.

 

운동의 변화는 언제나 느리다. 며칠 만에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에 쉽게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몸은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작은 움직임은 내일의 안정된 자세로, 다음 주의 조금 덜 가쁜 숨으로 돌아온다. 운동은 즉각적인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꾸준함이라는 조건 아래,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혼자 하는 운동에는 고요함이 있다. 러닝 중에 들리는 발소리, 헬스장에서 반복되는 기계음, 요가 매트 위에서 고르게 이어지는 호흡.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와 가장 가까워진다. 반대로 함께하는 운동에는 또 다른 힘이 있다. 같은 동작을 견디는 타인의 존재는 포기의 순간을 조금 늦춰준다. 운동은 혼자서도, 함께서도 가능하지만 결국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운동을 마치고 난 뒤의 몸은 피곤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볍다. 온몸에 남은 열기와 땀은 오늘 하루를 잘 살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운동은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삶의 균형을 조금씩 바로잡는다.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운동은 끝내 나를 이기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조금 더 나아졌는지를 확인하는 일, 그리고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래서 운동은 경쟁이 아니라 대화에 가깝다. 몸과 마음이 서로의 속도를 묻고, 그에 맞춰 한 발씩 내딛는 대화. 그 느린 약속을 지키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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