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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친구라는 이름의 거리

by napigonae 2025. 12. 30.

 

 

■ 친구라는 이름의 거리

 

친구는 늘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함께 걷는 사람들이다. 너무 멀어지면 남이 되고,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숨결이 버거워진다. 그래서 친구라는 관계는 늘 미묘하다. 잡히지 않을 만큼의 거리, 그러나 놓치지 않을 만큼의 온기를 유지하는 일. 그 균형이 친구를 친구로 남게 만든다.

 

어릴 적의 친구는 대부분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다. 같은 교실, 같은 골목, 같은 시간표 속에서 자연스럽게 엮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매일 만났고, 헤어질 이유 또한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우정은 노력하지 않아도 유지되었고, 서로의 변화에 대해 깊이 묻지 않아도 충분했다. 우리는 그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친구의 모습도 달라진다. 각자의 삶이 생기고, 선택이 달라지고, 속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연락이 뜸해지고, 만남은 미뤄진다. 예전 같으면 서운했을 일들이 어느 순간 이해로 바뀐다. 친구가 멀어진 것이 아니라, 삶이 조금 복잡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은 관계를 성숙하게 만든다.

 

진짜 친구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고, 긴 침묵 뒤에도 다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서로의 일상을 모두 알지 못해도, 중요한 순간에 떠오르는 얼굴. 기쁜 일보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먼저 생각나는 사람. 그런 존재가 친구다.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하다. 사소한 농담, 의미 없는 수다, 반복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정리한다. 친구 앞에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는다는 감각, 그 안도감이 관계를 오래 버티게 한다.

 

물론 모든 친구 관계가 끝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인연은 자연스럽게 흐려지고, 어떤 인연은 조용히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였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 웃었던 기억, 함께 견뎠던 순간들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일부로 남는다. 친구는 떠나도, 우정은 흔적으로 남는다.

 

어른이 되어 친구를 사귀는 일은 더 조심스럽다. 그래서 남아 있는 친구들은 더욱 소중하다.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친구란 결국, 나의 어떤 시절을 함께 통과한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친구는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다만 삶을 살아갈 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하늘을 보며 친구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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