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

장미의 시간 >> 장미의 시간장미는 언제나 완벽함의 상징으로 불린다.짙은 색, 선명한 형태, 은은한 향기까지 — 그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장미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러준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상처와 함께 있고, 향기는 금세 흩어진다.길을 걷다 붉은 장미가 피어난 담장 앞에서 발을 멈춘 적이 있다.햇빛을 머금은 꽃잎은 유리처럼 반짝였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모습은 잠시 멈춘 시간 같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이미 몇몇 꽃잎은 가장자리부터 색이 바래 있었다. 완전한 아름다움의 이면에, 사라짐의 징후가 깃들어 있었다.장미는 피어남과 시듦을 동시에 품은 존재다.그 찰나의 생애 속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을 살아간다.그래서일까, 장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 2025. 10. 12.
봄을 알리는 하얀 전령, 목련꽃 >> 봄을 알리는 하얀 전령, 목련꽃 겨울의 끝자락, 아직 차가운 바람이 남아 있는 길가에서 나는 목련을 만난다. 나무는 겉보기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가지 끝마다 묵직한 꽃망울이 숨죽이고 있다. 잠시 후, 마치 오래 준비한 약속처럼 꽃망울은 터져 나오고, 세상은 하얀빛으로 물든다. 목련은 늘 봄을 알리는 전령처럼, 계절의 문을 여는 첫 손님이다.목련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존재감이 뚜렷하다. 화려한 색을 자랑하지 않지만, 그 크고 우아한 꽃잎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사로잡는다. 길을 걷다가 문득 목련을 마주치면,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숨을 고르고 꽃잎 하나하나를 바라보다 보면, 마음속 깊이 봄의 온기가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목련 앞에서 서성이는 그 짧은 순간,.. 2025.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