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7 겨울이라는 시간 ■ 겨울이라는 시간 _ 가장 느린 계절이 마음을 데우는 방식 겨울은 늘 천천히 온다. 갑자기 추워진 것 같아도, 사실은 이미 여러 날 전부터 예고를 하고 있었던 계절이다. 해가 조금씩 짧아지고, 바람 끝이 날카로워지고, 저녁이 빨리 찾아오는 것. 우리는 그 신호들을 무심히 지나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겨울이네” 하고 말한다. 겨울은 그렇게, 이미 와 있었던 것처럼 시작된다.겨울의 아침은 유난히 조용하다. 창문을 열면 공기가 맑고 단단하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 안쪽까지 차가움이 닿는다. 이불 밖으로 나오는 일이 하루 중 가장 큰 결심이 되는 계절. 손을 내밀어 난방을 켜고, 두꺼운 양말을 찾고, 따뜻한 물로 손을 씻으며 몸을 깨운다. 겨울의 아침은 삶이 아직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겨울.. 2026. 1. 15. 식탁이라는 작은 세계 ■ 식탁이라는 작은 세계 ― 하루가 놓이고 마음이 차려지는 자리 식탁은 집 안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가 오가는 장소다. 누군가 크게 말하지 않아도,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도, 식탁 위에는 늘 하루의 흔적이 고요하게 놓인다. 밥그릇 하나, 수저 두 벌, 물컵에 맺힌 작은 물방울까지도 그날의 기온과 마음을 말없이 증언한다. 그래서 나는 식탁을 단순히 ‘밥을 먹는 가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루가 가장 솔직해지는 자리, 사람의 마음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아침의 식탁은 늘 서두른다. 빵 한 조각과 커피잔이 올려진 식탁은 아직 덜 깬 얼굴처럼 어딘가 허전하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아도 의자는 오래 머물 준비를 하지 않는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수저가 그릇에 닿는 소리.. 2026. 1. 13. 버스 창가에 앉아, ■ 버스 창가에 앉아, 하루를 건너다 버스는 언제나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정해진 노선을 따라 움직이지만, 그 안에 탄 사람들의 목적지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출근길이고,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며, 누군가는 잠시 생각을 쉬게 하러 오른 자리일지도 모른다. 버스는 그렇게 서로 다른 하루들을 한 칸의 공간에 담아 이동한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묘하게 느리다. 멀리서 번호판이 보이면 마음이 조금 급해지고, 문이 열리는 순간 숨을 고른다. 버스에 오르는 짧은 동작 안에는 오늘의 기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급하게 올라탄 날도 있고, 천천히 발을 옮긴 날도 있다. 그 차이는 하루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말해준다. 버스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창가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은 끊임없이 바뀌.. 2025. 12. 30. 친구라는 이름의 거리 ■ 친구라는 이름의 거리 친구는 늘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함께 걷는 사람들이다. 너무 멀어지면 남이 되고,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숨결이 버거워진다. 그래서 친구라는 관계는 늘 미묘하다. 잡히지 않을 만큼의 거리, 그러나 놓치지 않을 만큼의 온기를 유지하는 일. 그 균형이 친구를 친구로 남게 만든다. 어릴 적의 친구는 대부분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다. 같은 교실, 같은 골목, 같은 시간표 속에서 자연스럽게 엮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매일 만났고, 헤어질 이유 또한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우정은 노력하지 않아도 유지되었고, 서로의 변화에 대해 깊이 묻지 않아도 충분했다. 우리는 그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친구의 모습도 달라진다. 각자의.. 2025. 12. 30. 학교라는 이름의 시간 ■ 학교라는 이름의 시간 학교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지만, 그 안을 통과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학교는 처음 사회를 만난 장소였고, 누군가에게는 버텨야 했던 공간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내 이해받지 못한 채 지나온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시간을 배우는 법’을 처음 익혔다는 사실이다. 아침 종이 울리면 시작되는 하루, 교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의 각도, 책상 위에 늘어놓았던 연필과 공책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기 전에 기다림과 반복을 먼저 가르쳤다. 쉬는 시간은 늘 짧았고, 수업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길고 느린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자라는 법을 배웠다. 이해하지 못한 문제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법, 틀린 답을 지.. 2025. 12. 29. 우주를 올려다보는 밤 ■ 우주를 올려다보는 밤, 생각이 작아지는 순간 밤하늘을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우주는 소리 없이 사람을 작게 만든다. 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그 침묵 속에서 생각은 끝없이 커졌다가 다시 조용히 접힌다. 낮 동안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걱정과 계획들은 별빛 앞에서 크기를 잃고, 결국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만 남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우주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우리는 늘 바쁜 이유로 하늘을 놓친다. 고개를 들 여유 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밤이 깊어졌을 때에야 별 하나를 발견한다. 그 별이 수천, 수만 년 전의 빛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시간의 감각은 느슨해진다.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2025. 12. 2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