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 머무는 시간 _구름을 바라보기

어릴 적 나는 종종 구름을 바라보며 시간을 잃곤 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버스 창문 너머로, 혹은 잠들기 전 창문가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때의 나는, 세상에 그 어떤 일보다 구름을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구름은 단순히 하늘을 떠도는 수증기가 아니라, 매일 다른 얼굴로 세상을 위로하는 존재였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구름을 보는 일은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나는 여전히 그때의 아이로 돌아간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며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빛의 변화 속에서, 삶의 속도가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는다.
하늘 위의 구름은 늘 제멋대로다. 흘러가고, 흩어지고, 다시 모인다.
비를 품기도 하고, 석양을 머금기도 한다. 그 자유로움이 부럽기도 하지만, 사실 구름에게도 나름의 순환이 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흘러야 하고, 빛에 따라 색이 바뀐다. 자유로운 듯하지만 자연의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
그 모습은 어쩐지 우리와 닮았다. 각자의 길을 가지만, 결국 세상의 큰 흐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
구름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복잡한 생각이 구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흩어진다. 구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데, 내 마음의 무게도 그 속을 따라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종종 구름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 순간의 하늘은 다시 오지 않지만, 사진 속 구름을 보면 그날의 바람과 마음까지 다시 떠오른다. 어떤 날의 구름은 부드럽고, 어떤 날의 구름은 심술을 부리듯 검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이 결국 하늘의 일부라는 사실이 좋다.
인생에도 그런 구름 같은 시간이 있다.
잠시 어두워도 언젠가는 걷히고, 그 자리에 새로운 빛이 드러난다.
어쩌면 구름은 우리에게 그런 삶의 리듬을 가르쳐주는지도 모른다.
조급하지 말고, 바람을 믿고, 흘러가라는 메시지를 말이다.
오늘도 나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자주 잊고 사는 풍경.
그 안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른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하늘 위 구름 한 점이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춘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걱정이 조금은 멀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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