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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봄을 알리는 하얀 전령, 목련꽃

by napigonae 2025. 9. 26.

 

하얀 꽃잎이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 봄을 알리는 하얀 전령, 목련꽃

 

겨울의 끝자락, 아직 차가운 바람이 남아 있는 길가에서 나는 목련을 만난다. 나무는 겉보기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가지 끝마다 묵직한 꽃망울이 숨죽이고 있다. 잠시 후, 마치 오래 준비한 약속처럼 꽃망울은 터져 나오고, 세상은 하얀빛으로 물든다. 목련은 늘 봄을 알리는 전령처럼, 계절의 문을 여는 첫 손님이다.

목련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존재감이 뚜렷하다. 화려한 색을 자랑하지 않지만, 그 크고 우아한 꽃잎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사로잡는다. 길을 걷다가 문득 목련을 마주치면,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숨을 고르고 꽃잎 하나하나를 바라보다 보면, 마음속 깊이 봄의 온기가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목련 앞에서 서성이는 그 짧은 순간, 세상은 조금 느리게, 그리고 조금 더 따스하게 흘러간다.

나는 목련꽃을 보면 늘 새로움을 떠올린다. 하얀 꽃잎 속에 담긴 순수함은, 지난 겨울의 무거움과 상관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위로를 준다. 겨울 동안 얼어 있던 마음도, 목련을 바라보는 순간 조금씩 녹아내린다. 어린 시절 학교 길가에서 마주한 목련, 친구와 함께 걷던 동네 골목의 목련, 그리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길 위의 목련까지. 매년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지만, 그 순간의 풍경과 내 마음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목련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내 안의 시간과 감정을 되돌아보는 작은 여행이 된다.

목련꽃은 또한 삶의 강인함을 떠올리게 한다. 꽃잎은 크고 무거워 쉽게 흔들릴 법하지만, 가지 끝에서 당당하게 서 있다. 아무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꽃은 자신의 자리에서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지금은 혹독해도 언젠가 반드시 피어날 것”이라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목련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며, 조용하지만 강인하다.

나는 목련꽃 앞에서 늘 잠시 멈춘다.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며,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펼친다. 작은 바람에 흔들리던 고민도, 지난날의 무거운 기억도, 꽃을 바라보는 순간 모두 잔잔해진다. 목련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계절의 전령이자 마음의 친구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피어나, 봄을 알리고 삶의 희망을 속삭인다.

사진 속 목련은 그 순간의 풍경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하얀 꽃잎이 햇살을 받으며 은은하게 빛나고, 가지마다 당당하게 달린 꽃들은 봄의 기운을 전한다. 사진을 보는 사람은 그 순간 나무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고, 마음속 깊이 봄의 온기를 느낀다. 목련은 그렇게 사진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 있고,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여유를 준다.

봄마다 피어나는 목련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위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평온, 그리고 삶의 묵직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목련 한 그루는, 세상의 소음과 속도를 잠시 멈추게 하고, 우리에게 삶의 여유를 선물한다. 하얀 꽃잎 속에 담긴 순수함과 강인함은, 사진 속에서도,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순간에도, 늘 마음 깊이 스며든다.

하얀 목련꽃은 그렇게 봄의 문을 열고,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조용하지만 강하게, 묵직하지만 부드럽게,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리에게 말한다.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봄은 이미 왔어.”

 

하얀 목련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속삭이는 계절의 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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