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블로그2 우산 아래의 속도 ■ 우산 아래의 속도 비가 오는 날이면 가장 먼저 손에 쥐게 되는 것은 우산이다.우산은 특별한 물건이 아니지만, 비가 내리는 순간부터 하루의 태도를 바꿔 놓는다. 평소보다 걸음은 느려지고, 고개는 조금 숙여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발밑으로 내려오고, 그제야 길 위에 고여 있던 물웅덩이와 빗방울이 만드는 작은 파문들이 눈에 들어온다.우산 아래에서는 말수가 줄어든다.빗소리가 이미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비닐우산 너머로 흐릿해진 세상은 마치 잠시 현실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나는 조금 덜 서두르고, 조금 더 생각하게 된다. 우산 하나가 만들어 주는 이 느린 속도가 의외로 마음에 든다.우산은 비를 완전히 막아 주지 않는다.바람이 불면 옷자.. 2025. 12. 23.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조용한 일이다.셔터 소리는 짧지만, 그 순간을 바라보는 마음은 오래 남는다. 처음 카메라를 들었을 때 나는 대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믿었다. 풍경은 풍경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담아내는 일이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사진은 대상을 찍는 행위가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시선을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같은 장소를 여러 번 찍어도 사진은 늘 다르다.날씨 때문이기도 하고 빛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찍는 사람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벼운 날의 사진은 여백이 많고, 생각이 많은 날의 사진은 유난히 그림자가 길다. 그 차이를 알아차리게 된 순간부터 사진은 기록이 아니라 .. 2025. 12. 23. 이전 1 다음